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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내가 만난 명문장/김민호]

“내가 존재해서 이렇게 당신 곁에 있었다는 것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해 주겠어요?”―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얼마 후 사라지게 될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지 모를 그곳에서, 나오코는 함께 걷던 와타나베에게 자신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해 줄 것을 부탁했다. 주변에 가득한 식물의 날숨만큼이나 선명한 연인의 질문에 와타나베는 “물론, 언제까지라도 기억하지”라고 의심 없이 대답했다. 수년이 흐른 후, 와타나베가 연인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난다. 가슴을 파고들던 소중했던 것이 점점 희미해진다. 당장 눈앞에서 일

동아일보
2026년 4월 26일·1분 소요
기억[내가 만난 명문장/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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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재해서 이렇게 당신 곁에 있었다는 것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해 주겠어요?”―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중얼마 후 사라지게 될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지 모를 그곳에서, 나오코는 함께 걷던 와타나베에게 자신을 언제까지라도 기억해 줄 것을 부탁했다. 주변에 가득한 식물의 날숨만큼이나 선명한 연인의 질문에 와타나베는 “물론, 언제까지라도 기억하지”라고 의심 없이 대답했다. 수년이 흐른 후, 와타나베가 연인의 얼굴을 떠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난다. 가슴을 파고들던 소중했던 것이 점점 희미해진다. 당장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들도 기억에 담기면 부드럽게 풀리고, 찰나에 잊힌다. 어떻게 그걸 잊을 수가 있지? 뒤늦게 알아차리면 다행이지만, ‘왜 그때 우리 거기서 물놀이했잖아’라고 시간과 장소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는 사람 앞에서마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참 난감하다. 중요한 것들을 담고 지켜주리라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기억에 기댈 수가 없다. 서울로 대학을 간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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